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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


'도대체 이런 보조금이 가능한 이유가 뭘까?'

휴대폰을 직접 구입해보신 분이라면 이런 의문을 어느정도는 가져봤을 것입니다.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며, 어떻게 그러면서도 제조사와 통신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걸까요?

이 떡밥을 계속 파고들면 굉장히 재미있고 기묘한 사실을 알 수 있더라구요.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꽤 여러가지 요소를 이해해야했습니다.

그 중 첫번째는 숨은 기기값이란 것입니다.



숨은 기기값


숨은 기기값이란 것은 '할부 원금' 이외의 또다른 기기값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해하기 쉽게 '통신 원가'라는 말과 함께 설명해보겠습니다.

통신원가라는 것은 당연히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때 들어가는 비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통신사는 통신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력에 완강히 버티며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데, 사실 공개하지 않아도 그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통신설비를 처음 투자하여 기반을 만들때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이미 인프라가 완성이 된 상태에서는 사실상 원가라고 할 것은 시설을 유지하는 인건비, 수리비, 전기료 정도밖에 되지 않을겁니다.

'숨은 기기값'이란 것은 애초에 통신비 원가가 낮기 때문에 통신비 자체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것입니다.

우리가 한달에 5~10만원씩 내는 통신비가 사실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받는데에 들어가는게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에게 기기값으로 치뤄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명 '할부 원금'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할부 원가가 0원이라해도, 사실상은 통신기본료, 데이터요금 자체가 기기 값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통신사는 사실 휴대폰 장사꾼인데, 덤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조금을 퍼주어 싸게 팔아도 통신사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는 통신사가 휴대폰과 통신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도 나오게 됩니다. 통신사는 휴대폰을 팔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통신사는 휴대폰을 팔지 못하게 하면?


이러면 어떻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이것도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는 기존에 받던 통신비를 그대로 받음으로서, 오히려 이익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됩니다. 휴대폰을 주지 않으면서 휴대폰 값을 받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휴대폰 두개 값을 내는 결과가 됩니다.

너희들이 받던 통신비에는 원래 '숨은 기기값'이 들어있는거 아니냐. 그 만큼 줄여야하는것 아니냐? 라고 통신사를 공격해도 소용 없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애초에 '숨은 기기값'이란건 없다. 라고 우기면 그만입니다.

해결을 위해선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야합니다.




통신사의 순이익은 높지 않다?


통신사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폭리를 취한다는 심증과는 달리 3사 모두 순이익율이 별로 높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K는 8~12%정도로 좀 높지만 KT나 LGT는 2~3%에서 적자까지도 보는 해도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순이익을 다 포기해도 통신비 인하폭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 대체 우리가 체감하는 높은 통신비의 원인은 뭘까요? 착각일까요? 그게 아닙니다.

바로 통신사들이 몸집을 과도하게 부풀린 결과입니다.

즉 통신사들의 이익이 높지 않은 것은 '버는만큼 쓰기 때문'입니다. 좀 냉정하게 표현하면 국민들에게 돈을 많이 걷어서, 통신사 직원들끼리 나누어 쓰는 것입니다.

이는 공기업의 단점과 사기업의 단점이 합쳐진 돌연변이적 기업 형태입니다.

결과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한다는것은 통신사에 피바람이 불어야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시장 경쟁에서는 원래 자연적으로 이것이 이루어집니다. 경쟁에 의해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다이어트를 합니다. 그런데 통신시장에서는 웬일인지 이것이 동작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통신사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상식과는 달리 통신사들은 경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흔히 '보조금 경쟁'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만, 실제로 이것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휴대폰을 구입하려다보면 희한한 점이 있는데, 바로 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게 바로 통신사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는 계속해서 3G니 LTE니 하는 상품을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상품의 가격을 점점 올립니다. 가만히 놔둔다면 굳이 비싼 고급의 서비스로 넘어갈 고객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번호 이동'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번호를 이동하면서 통신사를 변경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서비스를 가입하게 됩니다. 신형 휴대폰을 쓰기 위해서는 신형 통신 서비스를 가입해야합니다. 이런식으로 통신사들은 고객을 '회전'시킵니다.

기기를 변경하는 고객은 새로운 서비스에 강제적으로 가입시킬 명분이 부족합니다. 강매로 비춰질 수가 있습니다. 또한 기기변경을 많이 하다가 혹시 고객 수가 불어나게 되면 5:3:2의 비율이 깨지게 됩니다.

이 비율이 깨지면, 치킨 게임(진짜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3사 모두 피흘리는 결과가 됩니다.

즉 통신사들이 고객의 '회전'을 권장하는 이유는 5:3:2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고객을 유지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체 이런 구조가 왜 가능할까요?

왜 시장경쟁 원리가 작동을 하지 않을까요?

바로 여기에 기묘한 진실이 있습니다.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왜 통신사는 경쟁을 안할까? 간단합니다. 경쟁을 안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될까요?

독점구조라서?

엄밀히 말하면 그건 아닙니다.

보통 독점이라는 말은, 한 회사가 시장 전체를 힘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힘을 잃으면 독점 구조라는 것은 깨지게 됩니다.

그런데 통신사의 경우는 독점보다 더 심각한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이동통신의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체 수단이 없는 이동 통신 시장


종종 '공기업 민영화'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 민감하게 등장할 때가 있는데, 이 때의 반대 논리 중 하나는 '독점화'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기업은 민영화를 해도 독점의 폐해가 일어나지 않고 잘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기업은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기간 산업이라는 특징과 대체 수단이 없다는 특징은 전혀 다른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독점화는 그 수단이 중요하거나 광범위하다고 해서 발생하는게 아니라, 대체 수단이 없을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체 수단이 없다면 시장에 참여한 회사의 숫자와 관계없이 독점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이동통신시장이 이런 독점화를 설명하고, 민영화의 폐해등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아주 대표적인 시장입니다.

제가 기묘하다고 한 건 이 점 때문입니다. 이 이동 통신 시장만큼 대체 수단이 없는 시장은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고, 역사적으로도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수단은 다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동차나 비행기등 이동 수단은 배나 열차등과 겹치고, 야구 중계를 안하면 축구 중계를 볼 수 있습니다. 게임, 식량, 전자제품등 우리 삶과 관련 등 대부분의 것들이 대체 수단이 있습니다.

유선 통신?

무선 통신이 대체 수단이 됩니다.

그런데 반대로 유선 통신이 무선 통신을 대체할 수가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이동 통신 시장이란건 공기나 햇빛, 물에 버금가는 엄청난 대체 불가제입니다.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건 바로 이런 깊고 깊은 본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책1 : 공기업 이동통신 설립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 무조건 민영화 반대하는 시각을 경계하는 편이지만, 경쟁이 일어날 수 없는 이동 통신은 공기업으로 운영하는것도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질적으로 공기, 물이 민영화되어있는 상태와 같기 때문입니다.

이게참 웃긴게, 처음 유선통신이 생겼을때는 사실 공기업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그래서 민영화를 했구요. 그런데 유선통신사가 민영화를 한 다음에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하니 처음부터 공공사업이었어야할 이동통신 사업이 민영사업으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속도를 사회의 이해력이 못 따라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우체국에서 통신서비스를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단독으로 국가에서 통신 사업을 장악하는것보다는 국가가 하나를 소유하고, 민간기업들과 경쟁하도록 하면 좋은 시너지가 생길 것 같습니다.




해결책2 : 통신 사업 자율화


제가 안되는 머리를 열심히 굴려본 결과, 또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수익 모델이 다른 이동 통신 사업자의 등장'입니다.

얼마전 구글에서 풍선을 띄워 통신을 하는 사업을 예고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것도 하나의 이동 통신 수단일 뿐이지만 주목할 점은 바로 수익 모델입니다. 구글이 통신 인프라 구축을 하려는 것은 통신서비스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트래픽을 늘려서 검색 시장 수익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이런것이 통신시장에 들어오면 5:3:2구조같은 독점적 구조를 완전히 흐트릴 수 있습니다. 수익 모델이 다름으로써 이동 통신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인공적으로 대체 수단의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궁리를 잘 하면 네이버나 삼성, 옥션같은 국내 회사들도 무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충분히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명문화를 한다면,

'무료에 한하여 이동 통신 사업을 모두에게 허가하는 것'입니다.


꼭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통신시장을 잡아보려고 애쓰시는 분들은 빙산의 일각만 보지 말고, 빙산의 몸통까지만 보지도 말고, 빙산이 떠다니는 바다까지 봐주셨으면 합니다.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면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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