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들어 왜 정치는 인문계가 독식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분명히 세상의 절반은 이공계인인데, 정치에 그 목소리가 반영이 안되는것이 생각할수록 아주 이상했습니다.
그러다 한가지 재밌는 주제에 대해 고민했던게 생각났는데요. 예전에 애플과 구글의 행보를 보면서, 저들이 하는 행동은 진보적일까 보수적일까? 이런 생각을 골똘히 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둘 다 아니다." 였습니다.
IT기업들이 사이버 공간상에 만들어내는 기능이나 규범, 규칙들 또한 결국은 생산과 소비, 자원분배, 사이버 치안등에 관한 것. 즉 제가 보기엔 분명히 하나의 정치행위로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진보나 보수 개념은 없었습니다.
길게 생각해본결과 그런 IT기업들이 기준으로 삼는것은 "효율과 합리"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런 개념들이 고전 정치학에도 나오는 개념들이지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를 보았을때 인문인들이 하는 정치보다 훨씬 이 "효율과 합리"를 최우선에 두는 모습이 굉장히 색다른 정치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스마트폰, 타블렛이 생기는등 이런 IT 사회에서의 정치가 점점 실생활과 연결이 강해지면서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IT사회에서의 불편함은 더이상 가상의 불편함에 그치는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타인들과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현실적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흐름과, 정치계엔 왜 인문계인 밖에 없을까? 라는 생각이 맞닿으면서, 결국은 정치역사가, IT세상의 정치와 현실의 정치인 인문 정치가 융합되는 방향으로 가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더이상 법문을 모호한 문장으로 적어넣지 않고, 로직 언어로 구성을 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세상으로 가는것이 아닌가.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할 시점에, 안철수의 등장은 저에게는 정말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진짜로 이게 일어나는구나. 그것도 전세계에서 한국에서 제일 처음 시작하는구나. 하는 흥분을 주었죠.
안철수가 부르짖었던 정치 개혁이란것도, 사실은 단지 정치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개선을 해야된다라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이공계인 생각하는 정치, 즉 "효율과 합리"의 정치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진보vs보수
의 대결구도로 세상이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개편되어
이념 vs (효율+합리)
의 구도로 바뀌어가는 것을 예상했습니다.
IT정치에서의 효율과, 보수진영이 말하는 효율하고는 다른것이, IT정치에서의 효율은 합리와의 연계를 우선적으로 하는것 같습니다.
이 효율과 합리라는 것은 IT 서비스의 인터페이스를 구성할때, "최소한의 것이 최대한의 것이다"라는 기치하에, 인간의 본능과 직관적인 요소까지 적극적으로 고려를 하는것을 포함하는데 이런 인간의 직관을 고려하는것은 기존의 진보, 보수 개념에는 전혀 포함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즉
IT정치의 효율 : 최소한의 리소스 이용으로 목적을 달성.
IT정치의 합리 : 직관과 한계를 고려한 판단.
인 상태에서 효율과 합리가 항상 묶여서 움직이는 형태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이런 개념은 저나 소수의 생각이기 때문에 미완이고 어떤식으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IT인들이 생각하는 그들만의 정치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안철수가 사퇴한것이 너무나 뼈아픈것 같습니다.
사퇴하기 전의 상황을 지켜봤었는데,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가 합심해서 안철수를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여 집중 포화를 내리는데, 정말 그 화력이 대단하더군요.
사퇴한 이유도, 3자대결로 갔어도 그런 공공의 적 구도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 합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민주당이 포기할리도 만무했고, 공공의 적 구도를 바꾸는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지율과 관계없이 최종 승리는 불가능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런 와중에도 참 대단한게, 사퇴를 통해서 하루만에 모든 언론이 안철수 편이 되버렸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신것이, 굉장한 인물임은 역시 틀림이 없습니다. 이상주의라고 헐뜯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그 누구보다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했던 IT정치와 인문정치의 융합이 반드시 이루어 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못된것은 아쉽긴 하지만 꼭 대통령으로서만 이룰 수 있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그런 정도에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교수의 차후 행보를 여전히 기대의 눈으로 지켜보고 싶습니다.
현재 정치와 언론은 진보 대 보수로 결집되어 있어, 안철수는 그 어느쪽의 지지도 받지못했고, 오히려 양쪽의 견제로 인해 사면초과된 상황이었죠. 진보쪽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이 초기에 안철수를 대변했던 건 문재인을 위해 양보하는 안철수가 필요했던 것이고, 막판에 민낯을 드러냈죠. 하지만, 님의 신선한 의견대로, 이공계출신 안철수가 "합리와 효율"이란 관점을 정치계에 짧은시간에 강력하게 각인시킨 점은 매우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 봅니다.
답글삭제전 차차기에 안철수가 좀더 세를 안정적으로 확장한 후, 대권도전할 것으로 봅니다.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세력을 결합한 신당 창당을 기대해봅니다.
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합리와 효율이란 단어선택이 그렇게 자신있지는 않습니다만 ^^; 분명 안철수가 가졌던 시각이 이공계인의 시각다웠다는 생각이듭니다. 꼭 그 신선한 정치를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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